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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살기/너와 나의 그림책 읽기

(그림책) 토미 웅거러 <제랄다와 거인>

by 월천토끼 2023.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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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랄다와 거인>

  • 토미 웅거러 글, 그림 / 김경연 옮김
  • 비룡소
  • 책나이 1970년, 발행일 1996년 5월 1일
  • 원제 Zeraldas Riese

<토미 웅거러>

 1931년 독일과 접경 지대인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태어났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어린시절을 보낸 그는, 폭격을 피해 숨어 지낸 경험과 나치의 지배 아래 보낸 시간이 자신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또한 이 참혹한 전쟁의 경험으로 그는 평화를 위해 평생을 노력하죠. 전쟁의 경험이 그의 그림책엔 어린이를 잡아먹는 거인, 사람들을 위협하는 강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악인이 끝까지 악인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아이들로 인해 변화하게 되고 또 그 이상으로 상황을 반전시키기도 합니다. 그가 이런 그림책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어린이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 때문이라고 합니다. 토미 웅거러는 말합니다.

어린이는 그 자체로서 존중받아야 하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어린이들은 바보가 아니며, 어린이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린이들이 자발적인 천성에 따라 방해 없이 자기를 표현하며
아무 억압 없이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무겁고 어두운 주제도 그만의 유머와 풍자로 기존 어린이 그림책에 편견을 깬 토미 웅거러는 2019년 87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토미 웅거러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다음 글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새로운 그림책의 세계를 연 작가, 토미 웅게러 | YES24 채널예스

 

ch.yes24.com

 

<제랄다와 거인>

 표지에 보면 험상궂게 생긴 거인이 소녀를 앞에 안고 한 손엔 칼을, 한 손엔 컵을 들고 있어요. 거인의 표정은 웃는 건지 화를 내는 건지 애매하지만 소녀는 전혀 겁에 질린 표정이 아니에요. 오히려 웃고 있죠. 둘은 어떤 관계일까요?

 옛날에 사람을 잡아먹는 거인이 혼자 외로이 살고 있었어요. 괴팍스러운 성미에 먹성도 엄청난 거인은 특히 아침밥으로 어린아이를 잡아먹는 걸 좋아했어요. 거인은 날마다 마을로 나가 아이들을 잡아갔기에, 부모들은 땅을 파서 비밀 장소를 만들어 아이들을 숨기곤 했어요. 갓난아이를 데리고 지하실에 숨어있는 소녀의 모습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져요. 이제 바깥으로 나오는 아이가 한 명도 없어, 거인은 다른 채소들로 식사를 만족해야 했지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한 농부가 외동딸 제랄다와 함께 살고 있었어요. 두 사람은 거인의 이야기는 전혀 듣지 못했죠. 제랄다는 음식 만들기를 좋아했고, 다양한 조리법도 알고 있었죠. 농부는 일 년에 한 번 읍내로 나가 농작물과 고기를 팔았어요. 그런데 장이 서기 전날 농부는 몸이 불편하니 자기 대신 제랄다 혼자 다녀오라고 하죠. 다음날 제랄다는 짐을 싣고 길을 나섰어요. 어느 때보다 배가 고팠던 거인도 그 부근을 어슬렁대다 제랄다의 냄새를 맡고는 바위 뒤에 몸을 숨겼지요. 그런데 거인은 너무 굶주린 나머지 허둥대다 바위에서 떨어져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말아요. 마음 착한 제랄다는 거인의 속셈도 모르고 거인을 보살펴주죠. 그리고 배가 고프단 소리를 듣고 그 자리에서 요리를 시작합니다. 제랄다의 요리가 어찌나 맛있는지 어린아이들을 먹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졌어요. 그래서 거인은 제랄다에게 같이 성으로 가서 요리를 해달라고 합니다. 금은 아주 많이 주겠다면서요. 제랄다는 거인의 제안을 수락하고 성으로 갑니다. 아버지도 모셔오고요.

 요리를 좋아하는 제랄다는 거인의 큰 부엌에서 이런저런 요리를 하며 신이 나고 거인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했지요. 그 덕에 거인들이 아이들을 먹고 싶은 마음도 싹 가셨어요. 이제 아이들은 안전해졌어요. 마을 사람들은 다시 옛날처럼 살게 되었지요.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제랄다는 자라서 아름다운 처녀가 되었고, 거인과 결혼해서 아이들도 생겼다는 그래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뜨악한 결말입니다. 처음에 거인을 소개할 때 외로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결혼까지 시켜줬을까요? 개과천선한 거인과 그런 거인을 끝까지 책임지는 소녀의 모습인 걸까요? 그런데 마지막 장면에서 막내를 안고 있는 엄마 옆에서 뒷모습만 보이는 꼬마. 칼과 포크를 들고 막내 동생을 쳐다보고 있네요?!

 이 거인을 상대하는 주인공이 어떤 영웅의 모습이 아닌 그저 요리를 잘하는 소녀라는 대목이 흥미로웠어요. 그리고 이 소녀는 한 번도 거인을 무서워하지 않죠. 제랄다가 요리하는 장면을 보면 살아있던 돼지, 닭, 거위 등이 다음 장면에선 요리로 만들어져 있어요. 이런 깡이 있기에 또한 거인을 상대할 수 있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어요. 결혼을 하고 나서도 거인을 휘어잡고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토미 웅거러는 자신의 책에 이런 금기의 인물들을 내세우는 것은 아이들이게 "두려움"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해요. 아이들도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면서요. 아마 자신이 어릴 때 전쟁의 두려움을 극복해야 했듯 아이들도 살면서 겪어야 하는 다양한 두려움을 잘 이겨내고 성장하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인 것 같아요. 두려움은 숨긴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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