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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살기/너와 나의 그림책 읽기

(그림책) 사노 요코 <100만 번 산 고양이>

by 월천토끼 2023.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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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번 산 고양이>

  • 사노 요코 글, 그림 /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책나이 1977년, 발행일 2002년 10월 14일
  • 원제 100MAN KAI IKITA NEKO

<사노 요코>

 1938년 중국 베이징에서 7남매 중 장녀로 태어났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시대에 유년시절을 보내고 일본이 패하자 아버지의 고향인 일본 야마나시 현으로 돌아왔어요. 빈곤한 생활 속에서 동생들과 두 살 터울 오빠를 잃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마저 2년의 병상 생활 끝에 세상을 떠났지요. 어머니와는 가장 깊은 아픔과 상처로 자리 잡은 애증의 관계였다고 해요. 일본 그림책의 명작이라 불리는 <100만 번 산 고양이>를 시작으로 수많은 그림책과 어릴 적 병으로 죽은 오빠를 다룬 단편집 <내가 여동생이었을 때>, 그리고 40대 때는 첫 에세이 집 <아침에 눈을 뜨면 바람이 부는 대로>를 발표했어요. 이를 시작으로 숱한 에세이집을 펴내며 수필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해요. 자신의 삶은 드라마틱했지만 그래도 자유로움과 유쾌함을 잃지 않았던 사노 요코는 2010년 11월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노 요코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다음 내용을 참고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삶의 천재’ 사노 요코의 내 멋대로 살기

[BY Chaeg 월간 책] 포털사이트의 책 카테고리에서 ‘나이’라는 검색 키워드를 입력하면, 멋지게 나이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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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번 산 고양이>

표지에는 얼룩 고양이 한 마리가 두 발로 꼿꼿이 서 있습니다. 부리부리한 눈과 앙 다문 입이 단단하고 기개 있어 보여요.

 백만 번 죽고 백만 번 살아나 백만 년이나 죽지 않은 고양이가 있습니다. 멋진 얼룩 고양입니다. 백만 명의 사람들이 그 고양이를 귀여워하고 그 고양이가 죽었을 때 울었지만 고양이는 한 번도 울지 않았습니다. 고양이는 한 때 임금님의 고양이었고, 뱃사공의 고양이었으며, 서커스단 마술사의 고양이기도 했지요. 홀로 사는 할머니의 고양이었다가 어린 여자 아이의 고양이었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처음으로 누구의 고양이도 아닌 자기만의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고양이는 자기 자신을 무척 좋아했죠. 암고양이들은 모두 그 고양이의 신부가 되고 싶어 했지만 고양이는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고양이는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좋아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딱 한 마리, 고양이를 본 체도 않는 새하얗고 예쁜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고양이가 아무리 백만 번 죽어본 경험을 이야기해도 이 고양이는 새침하게 그러냐고 대답할 뿐이었죠. 이 하얀 고양이는 밀당의 고수인가 봅니다. 결국 고양이는 더 이상 백만 번 산 이야기는 그만두고 그저 하얀 고양이 곁에 있고자 합니다. 하얀 고양이도 그러라고 했지요. 이제 고양이는 자신보다 하얀 고양이와 그들이 낳은 새끼 고양이를 더 좋아하게 되었어요.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와 오래오래 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얀 고양이는 고양이 곁에서 조용히 움직임을 멈추게 됩니다. 고양이는 처음으로 울었습니다. 밤이 되고 아침이 되도록, 고양이는 백만 번이나 울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낮에 고양이는 울음도, 움직임도 멈추었습니다.

 

 그러고는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았습니다.

 자기가 누군가의 고양이었을 때 고양이는 삶도 죽음도, 주인의 슬픔 따위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습니다. 진짜 나의 삶이 아니기에 고양이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었죠. 그러다 처음으로 자기가 주인이 되었을 때 고양이는 진짜 자기 삶을 시작합니다. 자기 스스로 삶을 결정합니다. 그리고 자기를 가장 사랑해 봤기에 이제 진짜 누군가를 사랑할 수도 있습니다. 온전히 자신을 내어주며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되죠.

 우리는 타인의 욕망이 내 것인 줄 착각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이 부모님의 욕망인지 나의 욕망인지 잘 모르고 사는 것이죠. 이 욕망의 분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작 자기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삶이 됩니다. 내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닌 누군가의 고양이가 되어 버리는 것이죠. <진짜 내 소원>(이선미 글, 그림, 글로연)이라는 그림책을 보면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가 나와요. 아이가 소원을 말하지만 두 번의 소원은 엄마, 아빠의 소원이었어요. 지니가 진짜 너의 소원을 말하라고 하죠.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진짜 소원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요. 그러자 아이가 자신자신에 대해 알기 위해 1년의 시간을 달라 하죠. 세 번째 소원은 1년 뒤에 말하겠다면서요.
 누군가의 고양이가 아닌 진짜 내가 주인인 삶이 되고 자기가 선택한 삶을 온전히 누리고 사랑할 때 고양이가 윤회의 고리를 끊은 것처럼 우리도 방황의 고리를 끊게 되는 건 아닌 가 싶어요.

 

 마흔이 넘은 제 삶은 아직 방황하고 있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 방황의 시기가 조금 짧길 바랍니다. 그러려면 나의 욕망을 그들에게 투영하지 않고 그들의 삶을 살도록 옆에서 잘 도와줘야겠죠. 가끔 아이가 어떤 것에 관심을 보이면 그것을 부모의 욕망으로 포장해 아이에게 강요 아닌 강요를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아, 경계해야겠습니다. 부모의 욕심을, 내 아이는 특별할 것이라는 어떤 기대감을 내려놓고 그저 이 아이가 자신의 삶을 대부분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고 응원하며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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