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 카네기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예전 누군가가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읽지 않으면서 사회생활을 잘 해낼 수 없다고도 했었지만 꿋꿋이 읽지 않았었다. 사실 책을 많이 읽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세상사 유혹거리들이 넘쳐났다.(실은 책을 읽고 싶지 않은 내 마음상태가 그러했겠지) 그때 내가 책을 좀 열심히 봤었다면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데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책을 열심히 읽었던가? 매번 책을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며 도서관에서 책을 실어 나르지만 거의 보지 않고 반납하기 일쑤다. 책을 읽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핸드폰으로 쓸데없는 짓하는 시간은 넘쳐나고 있으니 반성과 후회와 다시 시작의 반복이다. 나쁜 습관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2월부터 매주 2권의 책을 읽고자 다짐했다. 아직 구체적으로 새해 계획을 세우지 못한 내가 유일하게 세운 계획이다.(아, 하나가 더 있긴 하다. 글쓰기!!) 저번주에 1권, 이번주에 1권 읽었으니 절반의 성공인 건가? 하와이대저택이란 마인드 셋 유튜버가 데일카네기의 책이 자신의 인생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 읽어보기 시작했다. 카네기의 책은 <인간관계론>만 알았지 <자기관리론>이 있는 지도 몰랐었네.
<자기관리론>을 관통하는 주제는 걱정이다. 걱정을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해야 할까? 사실 나는 그렇게 걱정이 많은 편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대책 없는 낙관론자에 가깝지 않을까? 걱정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걱정으로 끙끙거리며 병이 생길 정도는 아닌 것이다. 그렇기에 앞부분을 읽으면서는 그렇게 감동받지 못했는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마음이 동하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우선 감사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베풀면 그만큼의 인사를 받기를 원한다. 그런데 대가를 바라지 말라고 한다. 예수님은 하루의 열 명의 나병환자를 고쳤는데도 그중에 단 한 명의 감사인사를 받았을 뿐이었다. 우리가 예수님보다 더 감사인사를 기대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감사를 기대하지 말고 베풂 자체의 즐거움을 생각하라. 하지만 나와 내 아이들은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교육하고 노력하라.
레몬을 받으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 나에게 레몬이라는 불행이 오거든 레모네이드로 바꿀 방법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바꾸는 힘. 뜻 밖에도 우리의 약점이 우리를 돕는 힘이 있다.
또한 우리가 많은 사람들을 만날 때 그들에게 친절한 말 한마디를 베풀라고 한다. 이발사에게 하루 종일 서 있어서 다리가 피곤하지 않느냐며 묻고, 용광로 같은 철도의 식당칸의 요리사에게 더운 날 고생이 많겠다는 위로를 보낸다. 예쁜 개와 산책하는 사람을 만나면 개가 예쁘다고 칭찬해 주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고 보면 난 참 칭찬에 인색한 사람이지 싶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잘한 9개보다 못한 1개에 더 집중하는 일이 허다하지 않은가? 지금이라도 '못한 것이 9개가 되더라도 잘한 1가지에 집중하며 칭찬해야지. 주변 사람에게 더 관심을 기울여 인사를 건네야지'하는 생각이 든다.
기도하라. 종교를 가지고 있든 가지고 있지 않든 기도하라. 우리는 우주의 신비를 명확히 설명할 수 없다. 우리 집에 들어오는 전기도, 벽 사이 틈에서 자라는 꽃도, 창 밖의 풀도 신비하다. 우리가 이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들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듯 종교의 신비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종교가 가져오는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즐기기 못한다는 법은 없다. 나는 계속 끊임없이 의문하고 의심했다. 그런 이유로 교회 안에 있지만 그 안에서 방황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믿지 못할 이유가 없음을 깨닫는다. 기도는 문제를 명확한 말로 표현하게 한다. 기도는 나의 짐을 누군가와 나눠진다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기도는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형태의 에너지이다. 결국 끌어당김의 법칙의 확언과 기도는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피로와 걱정을 예방하는 작업습관 4가지를 제시한다.
1. 책상 위의 잡다한 것을 치워라. 지금 하는 일과 관계없는 서류를 모두 치워라. 나의 피로는 우리 집 책상에서 온 것이었다. 나는 정리를 잘하는 편이 아님에도 집이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으면 일단 피로를 느끼곤 하였다. 짜증이 온몸을 감싸고 얼굴에 인상을 쓰게 되었다. 그래서 어디 멀리 여행을 가게 되면 남편과 아이들을 조금 일찍 내보내고 집을 정리하고 나오려고 한다. 그러면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한결 편안한 기분을 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상에서 잘 안 되는 게 바로 책상정리이다. 아이들과 함께 쓰기도 하고 방을 청소하다 보면 잡다한 것들이 다 책상 위로 올라가게 된다. 그리고 잘 못 버리는 성격 탓도 있을 거다. 버리고 정리하자.
2. 일의 경중에 따라 처리해라. 가장 중요한 일을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사실 가장 어렵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다. 아, 새벽기상 다시 해야 하는데 생각이 든다. 가장 중요한 일을 아이들이 자고 있는 가장 고요한 시간에 처리해야 하는데 요즘 막둥이가 새벽 5시쯤 꼭 깨어나 엄마를 찾으니.. ㅠㅠ 7시까지 통잠을 자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곰곰 생각해 보자. 과연 막둥이가 잘 잔다면 새벽 기상이 가능할까? 막둥이 핑계를 대는 건 아닌지 되짚어 봐야겠다.
3.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자리에서 해결하라. 결정을 뒤로 미루지 마라. 중요한 일뿐 아니라 우편물 처리, 공과금 처리, 아이들 학교 가정통신문 처리도 그때 그때 해야겠다.
4. 조직하고, 위임하고, 관리하는 법을 배워라. 책 <원씽>에서도 위임의 중요성을 말했었지. 모든 걸 다 껴안고 혼자 하려는 건 효율적이지 않다. 복직 전에 집안일도 슬슬 아이들과 남편에게 위임해야 하는데 어떻게 반발 없이 잘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마지막으로 복직을 앞둔 나에게 가장 좋은 조언이 딱! 하고 있었다. 사실 막내를 임신하기 전 잠시 일을 할 때 업무의 어려움보다 적응의 어려움이 더 컸던 적이 있었다. 나 혼자 둥둥 떠있는 기분. 아무튼 그때 내 자존감은 바닥을 쳤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던 시간이었다. 그러다 막둥이를 임신하고 다시 휴직을 하며 그런 고민이 흩어졌지만, 이제 복직의 날이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일도 일이지만 어떻게 회사에서의 시간을 보내야 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나에게 이렇게 말해 준다. 실제로 그 일을 싫어하지만 그 일이 즐거운 것처럼 마음먹는다면 어느 정도는 즐거워진다고. 매일 아침 출근 전에 나를 격려해 주라고 말이다. 생각하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고 하지 않던가?! 일에서도 마찬가지일 테지.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을 보내는 직장에서 행복하지 못하면 어느 곳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없다. 진짜 내가 좋아하고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찾기 전까진 직장에 다녀야 하고, 기왕 다니는 직장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그 시간을 보내자. 그러면 그 일은 나에게 어떤 면으로든 힘이 될 것이다.(제일 먼저는 경제적으로!)
우리의 삶은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만들어진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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