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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살기/너와 나의 그림책 읽기

(그림책) 염혜원 <수영장 가는 날> 지금, 당신의 수영장은 무엇인가요?

by 월천토끼 2023.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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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가는 날

 오랜만에 그림책입니다. 
이 책을 진작 소개해 드리고 싶었는데요. 6월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 이유는 조금 있다가 설명해 드릴게요~^^
 
 이 책은 제목처럼 파란색이 가득한, 시원한 책입니다. 그렇지만 표지의 아이의 표정은 썩 밝지 않아요. 몸을 움츠린 것이 영 못마땅한 모습입니다. 왜 그럴까요?
 
 파란 면지를 넘기면 "수영장 가는 날"이라고 토요일마다 빨간 동그라미로 표시된 6월의 달력을 볼 수 있어요. 제가 이 책을 소개해 드리기 위해 6월까지 기다린 이유입니다.
그리고 속표지에는 겉표지의 여자아이가 수영장 물을 쳐다보는 뒷모습이 보여요. 
 
 수영장에 대한 기억, 어떠신가요? 저는 어릴 적 누군가의 밀침에 물에 빠진 기억이 있어요. 그 어떤 것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저 수영장 물에 빠진 것만 기억이 나요. 누군가 구해주었는지 아님 얕은 물이라 혼자 나왔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인지 저는 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너무 싫다'까지는 아니니만 스스로 찾아갈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그래도 서핑은 한번 배우고 싶은 아이러니^^;;) 그런데 아이들을 낳고 보니 물놀이를 많이 가게 됩니다. 아이들은 물을 너~~~~ 무 좋아하거든요. 벌써부터 날이 더워지니 수영장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아이들이 수영장을 좋아한 건 아니었어요. 처음엔 튜브를 타는 것도 무서워서 엄마 목에 매달려 잘 떨어지지 않으려 했거든요. 두세 번 가니 조금씩 적응하고,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이 책의 주인공도 그런 듯 합니다. 
주인공 아이는 토요일마다 수영장에 가기로 되어 있어요. 그런데 토요일 아침마다 배가 아픕니다.(수영을 배우는 건 아이의 선택이 아니었을까요? ^^;;) 배 아픈 이 아이를 보니, 초등학교 때 자주 배가 아팠던 친구가 생각납니다. 그 친구도 아침마다 배가 아프다고 했어요. 그래도 대부분은 학교에 갔어요. 어른들은 알았겠지요. 왜 아이가 아픈지 말이죠.
책의 주인공도 수영장에 갈 생각을 하니 배가 아픕니다. 그래도 엄마는 태연히 괜찮아질 거라며 수영장에 데리고 가죠. 그리고 첫날, 아이는 탈의실에서 천천히 옷을 갈아입고 가장 늦게 나갑니다. 아직 아이에게 수영장은 시끄럽고, 미끄럽고, 차가운 공간입니다. 다행히 선생님은 아이에게 당장 들어오라며 강요하지 않아요. 그저 천천히 적응할 수 있도록 기다려줍니다. 
 첫날 수업을 마치고 아이는 다른 아이들처럼 머리카락이 젖도록 샤워기 아래에서 물을 맞아요. 축 처진 어깨와 머리카락이 아이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듯합니다.
 그 다음 토요일에도 배가 아팠지만 수영장에 갑니다. 이번에도 물에 들어가지 못하는 아이에게 선생님이 손을 내밀어 주어요. 선생님의 도움으로 물에 들어간 아이는 생각보다 물이 따뜻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선생님과 수영장 끝까지 건너본 아이는 집에서 목욕할 때 발차기 연습도 해봅니다.

수영장 가는 날

 드디어 세 번째 토요일, 아이는 혼자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팔, 다리를 쭉 펴고 물에 뜬 불가사리가 되어 보기도 합니다. 물에 둥둥 떠 있자 '물속은 아주 조용했고 눈에는 모든 게 새롭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물보라도 일으키고 잠수도 하며 수영하는 것을 즐길 수 있게 되지요. 그리고 웃으며 말합니다.

이제는 배도 안 아플 거야!

 저는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결정한 날부터 출근하기까지 2주 동안, 불쑥불쑥 불안이 몰려오곤 했습니다.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사람들은 어떨지, 일은 괜찮을지 온갖 걱정이 앞섰습니다. 마음 같으면 휴직을 연장하고 싶을 정도였지요. 그런데 막상 출근을 하니 오히려 불안이 사라지더라고요. 하루 이틀 출근을 하며 적응을 하니 왜 그렇게 불안하고 걱정했을까 싶을 정도였지요.
 우리 모두,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는 두려움을 가지기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무섭다고, 불안하다고 도전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성장은 없겠지요. 특히 아이들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성장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은 다름 아닌 부모일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아이들의 성장에 가장 필요한 건, 어른들의 지지와 기다림인데 사실 그 기다림이 가장 어렵기 때문이죠. 부모의 조급함과 대신 해결해주고 싶은 마음이 아이들의 성장 기회를 뺏는 건 아닐까요?  책에서 엄마가 아이의 불안을 이해하며 담담히 수영장에 데리고 가주었기에, 선생님이 아이가 적응하도록 천천히 기다려주었기에 스스로 두려움을 깨고 성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이 책에는 다양한 모습의 인물들이 나옵니다. 아이는 까만머리의 동양인이지만 엄마는 노란 머리의 백인입니다. 선생님은 곱슬머리의 흑인이고요. 아이들도 저마다 다양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저마다의 성격이 다르듯 생김새도 다른 것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아이들은 의외로 이런 다양한 모습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여기에 편견을 심어주는 건 어른들이지요.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는 어른인 우리부터 챙겨야 할 것입니다.
 
작가소개는 예스24의 작가 인터뷰로 대신할게요.

저는 한국에서 자라다가 미국에 간 경우라서, 처음 갔을 때는 너무 낯설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서 지내는 모습이 너무 예뻐 보이더라고요.
아이들이랑 같이 수영장에 다니면서도 다양한 아이들이 모여서 물장구치는 모습이 너무 예뻤어요.
그걸 그리고 싶었고요.
최근에 미국에서 그림책 만드는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도 그거예요.
작품 속에 다양한 문화를 담아내는 거죠. 
<눈 오는 날>을 쓴 에즈라 잭 키츠도 자신은 백인이지만 작품에서 흑인을 주인공으로 그림을 그렸어요.
다양한 인종이 등장하는 책을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저희 아이들도 동양 사람이지만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염혜원 “문 앞에서 제일 무섭죠, 열어 보면 별 거 아닌데”  | YES24 채널예스

사실 문을 열기 전까지, 문 앞에 서 있을 때가 제일 무섭잖아요. 문을 열어보면 별 거 아닌데. (2018. 0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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