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안나 워커 <내 친구 월터>

내 친구 월터

모든 아이들이 물을 좋아하는 건 아닌가 봅니다. 염혜원의 그림책 <수영장 가는 날>의 주인공 여자아이처럼 이 책의 주인공인 로티도 수영장에 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 걸 보면 말이죠. <수영장 가는 날>처럼 로티도 똑같이 토요일마다 수영을 배우러 갑니다. 그러나 벤치 끝에 가만히 앉아 끝나기만 기다렸다가 집으로 돌아오죠.
로티에겐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있어요. 그 누구도 모르는 비밀이죠. 바로 수영장에 상어가 숨어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아이는 거들떠보지 않지만 상어는 로티만 잡아먹으려고 하죠. 그러던 어느 날 다음 주에 수영장 파티를 한다는 소식을 엄마에게 전해 듣습니다. 상어도 파티에 올 거라 생각하니 온몸이 덜덜 떨려옵니다. 그런 로티에게 한 친구가 찾아와요. 
바로, 바다코끼리 '월터'입니다. 
월터는 한 주 내내 로티의 가장 친한 친구로 함께 합니다. 그리고 월터만의 노래를 불러요. 

 훔벨리 두, 
룸벨리 라,
루피 루!

 
어쩐지 마법의 주문 같기도 한 노랫말입니다.
월터는 로티가 어둠에서 무서워하면 조용히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그러면 로티는 먼바다를 항해하는 꿈을 꾸었죠. 
그리고 드디어 토요일,
모두들 수영장 파티를 즐겼지만 아직 로티는 상어가 두렵습니다. 
가만히 물소리를 듣고 있던 로티는 저 깊은 곳에서 또 다른 소리를 듣습니다. 
"훔 벨리 두..."
"룸 벨리 라, "
"루피 루..."
로티는 월터의 노랫소리에 용기를 냅니다. 
 
이제 로티에겐 새 비밀이 생겼습니다. 
수영장에 상어가 아닌 월터가 있다는 비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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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로티처럼 비밀 친구 있으셨나요?
전 그다지 상상력이 풍부했던 아이는 아닌 것 같아요. 지금도 저의 상상력 빈약을 늘 아쉬워하곤 하니까요.
그래도 제가 어릴 땐 학원에 다니던 아이들이 많지 않아 집으로, 놀이터로, 냇가로 같이 놀러 다녔던 기억들이 있어요.
현실에서 뛰어다니며 놀았던 그저 평범한 아이였죠. 
 
이 책에선 두려움의 존재인 상어와, 용기와 성장의 친구 월터가 나와요. 로티는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친구 월터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월터와 함께 조금씩 성장해 나가죠. <수영장 가는 날>에서는 어른들의 기다림과 도움으로 두려움을 극복해 냈다면, <내 친구 월터>에서는 스스로 상상의 친구를 만들어 두려움을 극복해 나갑니다. 아이들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만큼이나 두려움 갖기 마련이니까요. 그리고 그 두려움을 이겨내는 데는 시간이든, 상상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존 버닝햄의 그림책 <알도>에도 로티의 '월터'와 같은 친구가 나옵니다. 토끼 친구 '알도'이지요. 책의 마지막에 이런 말이 나와요.

물론 알도를 까맣게 잊고 지내는 날도 있겠지만,
나에게 정말 힘든 일이 생기면......
알도는 언제나 내 곁에 있을 거야.

 
우리 아이들에게 '월터'와 '알도'같은 내면의 친구가 있다면 그것도 참 좋을 것 같아요. 가끔 나름의 슬픔과 두려움과 분노가 생길 때 아이들이 저마다의 월터(혹은 알도)에게 이야기하고 위로받을 수 있게 말이죠. 대부분은 엄마와 아빠에게 이야기를 터 놓을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그러지 못할 때도 분명 있을 테니까요.(특히 엄마가 화를 낼 때면 말이죠.ㅠㅜ)
저에게도 '월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우린 내면의 나와 이야기를 잘 나누지 않으니까요.(저만 그런가요? ^^;;) 지금 저는 나와의 대화가 얼마나 필요한지 절감하지만 도통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을 잘 못 잡겠거든요. 저도 저만의 '월터'를 한번 만들어볼까요? 음.. 이름은.....(오늘이 지나도 이름 못 지을 듯합니다.^^;;)
 
2023.06.02 - [책으로 살기/같이가치 그림책 읽기] - (그림책) 염혜원 <수영장 가는 날> 지금, 당신의 수영장은 무엇인가요?

(그림책) 염혜원 <수영장 가는 날> 지금, 당신의 수영장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