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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살기/지극히 사적인 책 읽기

최민준 <나는 오늘도 너에게 화를 냈다>

by 월천토끼 2023.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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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너에게 화를 냈다 / 최민준 / 살림 / 발행일 2020.10.19 (읽은 날 2023. 3. 17)

출처 : YES24

 저는 오늘도 아이에게 화를 냈습니다. 아이가 아침 등교를 할 때, 그리고 밤에 잠을 자야 할 때 말이죠. 책을 읽고 보니 이건 훈육이 아닌 진흙탕 싸움이었습니다. 엄마의 승부욕이 발동한 것이죠. 아이와 실랑이를 할 때마다 이 아이가 언제까지 내 말을 안 듣나 두고 보자 하는 마음으로 계속 같은 소릴 반복합니다. 그러곤 고함을 치며 말하죠. "엄마가 지금 몇 번째 말하는 줄 알아!"하고 말이에요. 아이에게 생채기를 내는 모진 말을 쏟아붓고도 분이 풀리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나 화났어를 온몸으로 보여주며 등 돌려 잠든, 한참 미숙한 엄마입니다.

 

 제가 하는 훈육은 훈육이 아니었습니다. 엄마의 감정 풀이일 뿐이었죠. 그 감정을 잘 다루어야 함을 알지만 속에서 올라오는 분노가 한번 바깥으로 튀어나오면 걷잡을 수가 없습니다. 머리론 아는데 마음의 분노가 소용돌이치고 입은 맘대로 지껄입니다. 얼마 전에는 아이들과 상관없는 어떤 일에 짜증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런데 그 분노 표현을 몹쓸 예로 보여주고 말았어요.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하면서도 한 번 시작된 분노는 'STOP'을 몰랐습니다. 혼자 의자에 앉아 씩씩대면서도 '아,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하지'란 생각이 동시에 들더군요. 아이들은 이런 엄마를 보며 얼마나 미숙한 인간이라 생각했을까요. 이 엄마를 보며 아이들은 과연 믿고 의지 할 수 있을지 의심하지 않았을까요. 그날 저는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진 않았지만 그 상황은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거나 다름없었겠지요. 정신을 차린 뒤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지만 사실 그 미안함이 쉽게 가시지 않았습니다. 어색하게 앉아 있는 제게 해맑은 막내가 <망태할아버지가 온다>를 가지고 와 읽어달라 하더군요. 책을 읽고는 멋쩍게 웃어 보일 수밖에 없었어요. 딸은 어느샌가 망태할아버지의 동그란 도장을 그리고 와서는 제 등이 붙여주더군요^^;; 그날 이후 제 분노에 대해 생각해 보았어요. 아이들에게 이런 모습을 물려주긴 싫었습니다. 끊어내야 함을 알고 있지만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 멈추기가 쉽지 않았어요. 사실, 분노에 관한 책을 봤어야 했는데 이 책을 먼저 보게 되었어요. 제목이 너무 제 이야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저자는 9가지 키워드로 육아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그 내용이 사실 여느 전문 육아서적 못지않게 공감되고 명쾌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앞부분 통제의 훈육 관련해서는 몇 번을 읽고 또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서로 간의 '신뢰'입니다. '아이는 부모를 얼마나 신뢰하는가', 또 '부모는 아이를 얼마나 신뢰하는가' 말이죠. 우리는 서로를 믿어야 합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신뢰가 쌓여야 훈육도 가능하고, 권위로 서게 됩니다. 또 부모는 아이를 신뢰해야 아이의 자존감이 높아지고 결국은 자립할 수 있게 됩니다. 
 가만히 돌아봅니다. 저는 과연 아이들에게 신뢰를 주는 엄마인가 말이죠. 통제할 때만 신뢰를 들먹인 건 아닌지도 반성해 봅니다. 매일을 다짐해도 쉽지 않지만 그래도 또 다짐합니다. 오늘은 아이들에게 화내지 않기로요. 약속을 지키는 엄마가 되기를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아이들에게 규칙을 알려줄 수 있기를 말이죠. 
 그리고 온몸으로 너희들을 사랑한다고 표현할 수 있기를, 아이들이 알아챌 수 있게 말입니다. 
 
 마지막 페이지에 저자가 전하는 여덟 가지 메시지 중 마지막에 이런 말이 있어요

결국 우리는 그들 인생에서 사라질 존재입니다.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 점점 멀어지는 연습을 해야 할 테지요. 슬프지만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아이들 인생에서 사라질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설 수 있도록 그때까지 충분히 부모의 역할을 해내야겠지요. 아이들이 자신의 생으로 성큼성큼 걸어갈 때 그 뒷모습을 모며 웃을 수 있기를. 그런 단단함이 저와 아이들에게 생겨나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1장 통제

p.13 아이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행동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그 선을 확인하고자 아슬아슬한 도발을 감행합니다. 선을 알려줘야 할 상황에서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나면 아이는 정작 배워야 할 것을 알지 못한 채로 성장하기도 합니다. 
p.21 이성의 끈을 놓고 소리를 지를 때마다 아이에게 '저 어른은 감정 조절을 못 하는 미숙한 사람이야'라는 인식을 남깁니다. 이런 인식이 쌓이면 교육자를 두려워할지언정 따르게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p.22 아이의 도발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중요한 과제가 하나 있습니다. 나의 승부욕을 알아차리고 인정하는 일입니다. 
 
p. 26 훈육은 나의 감정과 힘듦을 호소하는 과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또한 바른 훈육의 첫 번째 규칙은 아이가 그 상황에서 불필요한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입니다. 
p. 31 훈육은 어느 한쪽이 이겨야 끝나는 싸움이나 스포츠가 아닙니다. '미숙한 아이에게 휘말리지 않고, 세상의 규칙을 알려주는 일'입니다. 
 
p. 34 안 되는 건 안된다고 설명해야 아이가 포기하기 좋습니다. 정확하고 빠른 입장 표명이 아이의 괴로움을 줄여줍니다. 
 
p. 39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때) 아이 기대를 꺾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항상 정확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안 되는 것과 되는 것을 구분하여 입장을 표명하는 겁니다. 더 이상 아이의 기대가 자라지 않도록 정확하고 가장 솔직하게 현재 상황을 이야기하고, 아이가 빠르게 포기할 수 있도록 돕는 겁니다. 
 
p. 44 아이와 작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교육자는 필시 권위를 잃습니다. 아이를 잘 가르치려면 처음부터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p. 52 예고하기는 부당하다고 느끼는 감정과 불안한 감정을 동시에 해소해 주는 존중하는 훈육법의 중요한 기술입니다.
 
p. 53 카시트 앉히는 방법. 두 번, 세 번 읽자. 
 
훈육의 효과를 높이는 5단계 규칙
 1. 아이에게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딱 한 번 설명하기
 2. 행동 예고 (감정 담지 않기)
 3. 숫자로 예고
 4. 불필요한 감정 빼고 말하기, 행동이행
 5. 아이가 울거나 저항할 때 침묵하고 눈을 바라보는 것
 

2장 미숙함

p. 85 지금 당장 뜯어고치고 싶은 아이의 모습이 보일 때, 스스로에게 한 번만 다시 물어보세요. 이건 당장 해야 할 일인지, 시간이 필요한 일인지를요. 
p. 95 (부모의 영향력은) 지금껏 우리가 해왔던 생각만큼 막강한 영향력이 아닐 수 있습니다. 아이는 주무르는 대로 만들어지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3장 짜증

p. 113 시간을 내어 눈을 마주치고 아이가 조절할 때까지 지켜봐 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만족지연!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다리는지 알아주고 아이가 조금이라도 기다리려는 노력을 했다면 빠른 시간 내에 잊지 않고 약속 지키기
 
p. 115 아이에게 신뢰를 얻지 못한 교육자는 아이에게 어떤 노력도 요구하기 어렵습니다. 
p. 116 기본적으로 아이는 엄마보다 기억력이 좋다고 생각하고 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p. 129 진짜 권위는 통제보다 신뢰에 가깝습니다. 엄마 말에 권위가 있다는 건, 엄마가 말한 것은 지켜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이유입니다. 
권위 = 신뢰
 
p. 142 약속하고 지키는 횟수가 세 번만 되어도 아이는 엄마를 믿고 기다리는 방법을 터득하기 시작합니다. 
 

4장 형제 

p. 157 차별은 특정한 이유 없이 다르게 대하는 것이고, 서로 다른 이들을 다르게 대하는 것은 차이의 존중입니다. 
p. 171 아이들끼리 다툼이 생겼을 때 한쪽 편에 서려고 하지 마세요. 한 명씩 각각 대화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5장 게임

p. 178 게임이 낯선 부모님이라면 특히 남자아이들 세계에서 게임이 어떤 의미인지 먼저 물어봐주세요. 아이 마음을 여는 시작이 될 것입니다. 
 
p. 185 아이가 어떤 게임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온전히 아이를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p. 195 아이가 게임이 아니니 현실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더 본질적인 방향입니다. 
 

6장 공부

p. 202 결국 무언가를 성취하는 일은 아이의 몫입니다. 
 
p. 206 변화는 아이 안에서 이뤄져야만 의미가 있습니다. 
 
p.210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은 자신이 조금만 노력하면 잘될 것 같은 착각과 허세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p. 214 아이의 허세를 잘 이용해 주세요. 지혜가 필요합니다. 
 
p. 233 아이가 어떻게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고 그 노력에 의미를 부여해 보는 일은 아이에게 노력을 지속할 동기가 되어줍니다. 
 
p. 237 첫 시작은 재미로 출발할 수 있지만 결국 의미가 있어야 지속됩니다. 어쩌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왜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나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 해답을 아이가 찾아 스스로 공부할 때 아이는 진정으로 성장합니다. 
 

7장 자존감

p. 253 아이가 스스로 목표를 세우게 만들도록 도와주세요. 대단한 목표가 아니어도 자기 스스로 목표를 달성한 경험이 쌓이면 자존감이 올라갑니다. 이것은 자아실현 욕구와도 연결됩니다. 
 
p. 261 어른이 아이를 말로 이길 때마다, 아이의 눈에서 생기가 빠져나가고 있음을 자꾸 잊습니다. 어른이 말로 아이를 백 번 이겨도 이긴 게 아닙니다. 우리가 자녀에게 주어야 할 것은 하찮아도 스스로 선택하고 느끼는 성취이지, 명령이 아닙니다. 
 
p. 267 오늘 아이 노력에 비해 내 반응이 인색하지는 않았나?
 

8장 사회

p. 308 아이의 말을 충분히 경청하되 아이이기 때문에 자신의 입장을 유리하게 혹은 기억하기 편한 대로 사건을 다시 나열해 말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듣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p. 337 아이가 자신의 삶에서 만족하고 행복해하는지를 최우선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한 명을 만나도 동등한 관계로 당당하게 서도록 아이의 자존감을 살피는 것이 먼저임을 우리 어른이 기억해 두었으면 합니다. 
 

9장 자립

p. 344 아이에게 자율권을 주고 아이 삶에서 한 발짝 물러나기
 
p. 346~347 아이의 자립을 위해 부모님이 준비할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용기'입니다. 두 발 자전거를 타는 아들의 핸들에서 손을 놓는 일엔 '행여 넘어질 수도 있겠지만 너를 믿고 맡기는'용기가 필요합니다.
... 목표를 공유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함께 보내야 효과적으로 자립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준비물은 '신뢰'입니다. 엄마가 내 일을 마음대로 주무르지 않고 나를 깊이 믿어주고 맡긴다는 신뢰를 양분 삼아 아이는 자신의 선택을 믿고 책임지는 준비를 해나갑니다. 
 
p. 355 아들의 꿈을 대하는 부모의 자세는 투자 심사자처럼 날카로워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도록 이끌어주세요.
p 356 엄마가 반대하고(꿈에 대한 역경), 아이가 논리를 만들어 엄마를 설득하고(역경에 굴하지 않고 도전), 엄마가 설득당해 아이를 밀어주기 시작하면(역경 극복) 아이는 성장하게 됩니다.
 
p. 363 엄마의 습관적인 한풀이 사과는 아이가 자신의 문제를 엄마 탓으로 돌리는 데 사용되기도 합니다. 
 

맺음말

p. 367 많은 어머님들이 화를 내지만, 생각보다 아이들은 잘 자랍니다. 많은 책들이 부모가 아이에게 잘못된 행동을 한 번이라도 하고 나면 아이가 휙휙 변할 것 같은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아이들은 그렇게 쉽게 망가지는 그런 존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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