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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살기/너와 나의 그림책 읽기

(그림책) 모리스 샌닥 <괴물들이 사는 나라> 내가 엄마를 잡아먹어 버릴 거야!

by 월천토끼 2023.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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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이 사는 나라>

  • 글,그림 모리스 샌닥 / 강무홍 옮김
  • 시공주니어
  • 책나이 1963년 ,발행일 1994년 1월 27일
  • 원제 Where the Wild Things Are
  • 칼데콧 상 수상

<모리스 샌닥>

 모리스 샌닥은 그림책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은 작가 중 한 명입니다. 그리고 미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그림책 작가 중 한명이죠. 모리스 샌닥은 1928년에 뉴욕시 빈민가 브루클린에서 폴란드계 유대인 이민 3세의 막내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 병약한 탓에 창밖으로 친구들이 뛰어노는 광경을 지켜보거나 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혼자 종이에 뭔가를 끄적이는 고독하고 섬세한 소년으로 성장했다고 하네요. 영국의 그림책 작가 찰스 키핑도 모리스 샌닥처럼 어린 시절 병약하여 집 안에서 주로 생활하며 창밖을 바라보았다고 하는데 두 거장의 어린 시절이 살짝 겹쳐 보이기도 하네요.
 <깊은 밤 부엌에서>, <괴물들이 사는 나라>, <저 너머에는>는 어린 시절을 테마로 한 모리스 샌닥의 대표적인 삼부작이라고 합니다. <저 너머에는>이라는 책은 본 기억이 없어 찾아보니 우리나라에는 <읽어버린 동생을 찾아서>라고 번역되어 있네요. 저도 조만간 찾아 읽어보아야겠습니다.
 모리스 샌닥은 이 책으로 칼데콧 상을 받으면서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습니다. 또한 1970년에는 최고의 어린이책 작가들에게 수여되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2022년 우리나라 이수지 작가님이 수상하기도 했죠)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모리스 샌닥은 어른들의 입장에서 마땅한 착한 어린이가 아니라 "내가 엄마를 잡아먹어 버릴 거야"라고 외치는 진짜 아이들을 등장시켜 어린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주는데요. 누구보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느끼는 것 뿐만 아니라 자기 안의 어린이를 발견해 내기에 많은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공감과 사랑을 받는 것 같습니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 내가 엄마를 잡아먹어 버릴 거야!

 1963년 이 그림책이 출판되었을 때의 학부모와 교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폭력성을 조장할 수 있다며 책을 대출해주지 않는 사태까지 발생했다고 하네요. 사실 고백하자면 저 또한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60여년 전 그 때의 어른들처럼 뜨악! 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속으로 '맥스 버릇없는 녀석!'하고 생각했었지요.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저도 기성세대의 반열에 발을 올려놓은 것이겠지요. 
 책을 보면 처음엔 작은 프레임 안에 있던 그림들이 한장씩 넘길 수록 프레임이 커지기 시작하고 괴물들과 소동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책 가득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올수록 그림들이 작아지죠. 그림의 크기가 맥스의 상상의 크기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자 이제 그림책 속으로 들어가 봐야겠죠. 처음에 맥스는 이런 장난을 합니다. 그림을 보면 우리 아이들도 좋아하는 텐트를 만들고 있네요. 어른들도 자기만의 굴이 필요하듯 아이들도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한 것이지요. 늑대인 맥스는 사냥감도 매달아 놓았네요. 가엾은 곰돌이. 맥스가 강아지를 쫓아가는 장면에서 괴물을 그려놓은 맥스의 그림이 보이네요. 맥스가 어떤 아이인지 짐작이 되시나요? 결국 맥스는 엄마에게 괴물딱지 같은 녀석이란 소리를 들으며 방에 갇히게 되는데요. 그래도 우리의 맥스는 전혀 기죽지 않습니다. 표정만 봐도 의기양양합니다. 그리고 엄마에게 소리칩니다. "그럼, 내가 엄마를 잡아먹어 버릴 거야!" 이 대목에서 많은 아이들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맥스가 자신들을 대신해 분노를 표출해 줌으로써 자신들의 감정을 순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지요.
 이제 맥스의 방에선 나무와 풀이 자라나며 맥스는 상상의 세계로 여행을 떠납니다. 상상 속의 일 년은 현실에선 얼마의 시간일까요? 마음속 꼬박 일 년쯤 항해한 끝에 다다른 괴물 나라에서 맥스는 괴물들이 아무리 무서운 소리로 으르렁대고, 무서운 이빨을 부드득 갈고, 무서운 눈알을 뒤룩대고, 무서운 발톱을 세워 보여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호통을 치죠. "조용히 해!" 왠지 현실의 엄마에게 많이 들었을 법한 말이네요. 그곳에서 괴물 중의 괴물이 되어 괴물들의 왕이 된 맥스는 괴물 소동을 벌이며 상상의 최고조에 달합니다. 표정만 봐도 얼마나 신났는지 알 수 있지요. 하지만 신나게 놀고 나면 집이 그리울 법하죠. 마침내 맥스는 괴물 나라 왕을 그만두고 괴물들을 뒤로한 채 다시 엄마가 있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자기 방으로 돌아온 맥스는 그제야 늑대 옷의 모자를 벗고 진짜 맥스로 돌아오죠. 그리고 따뜻한 저녁밥으로 온기와 사랑을 채웁니다.


 우리는 자주 아이들도 어른들과 다르지 않게 수많은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하루하루를 지낸다는 사실을 잊을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감정들을 잘 표현하는 것이 또 얼마나 중요한지도요. 그것이 비록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하더라도 말이죠. 그렇지만 우리는 아이들의 긍정적인 감정에는 환호하지만 부정적 감정에는 불편함을 느끼며 억압시키려 할 때가 많습니다. 분노, 슬픔, 두려움 이런 감정들이요. 아이들은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언어적 한계가 있기에 분노와 슬픔을 울음과 떼와 징징거림으로 표현하기 쉽습니다. 그럴 때마다 어른들은 그만 울어, 그만 떼써, 그만 징징거려! 라고만 할 때가 많지요. 저 역시 아이들의 부정적 감정에는 사실 버거울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이 셋을 키우다 보니 첫째, 둘째에게서 경험한 것들이 있어 막내의 부정적 감정 표출에는 조금 너그러워진 부분이 있어요. 그렇게 또 엄마도 성장하는 것이겠죠. 아이들에게 감정은 느끼는 것이며 어떤 감정도 나쁘지 않다는 걸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야 분노와 슬픔을 잘 해소할 수 있는 어른으로 자랄 수 있을 테니까요. 어른이지만 아직 부정적 감정을 잘 해소하지 못하는 우리부터(저부터) 괜찮아지는 법을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감정이든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하네요. 올해는 우리 모두가 조금씩 더 괜찮아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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